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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ON(煥)

 

좌물쇠

@keni440066

너는 늘 그랬다.

너는 늘 너 자신을 달이라고 불렀다.

 

너가 누구냐, 물으면,

 

MOOON.

긴 손가락으로 다섯 글자를 쓰고는 너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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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늘 그랬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서는,

나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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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클 동안,

너는 그 자리에서

계속 너였다.

크지도 않은 채,

계속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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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이야기를 나누면

너가 내 앞에 나타나는 날에는

즐거웠다, 아니, 즐거웠어.

 

네가 보여주는 별똥별이 예뻤어.

너가 들려주는 모든 웃음소리가 좋았어.

너가 주는 눈깔사탕이 맛있었어.

 

 

 

 

 

#

 

 

 

 

 

너는 너가 사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어.

나도 더이상 묻지 않았어.

너의 표정이 너무 슬퍼서,

그 순간만큼은

네 몸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나지 않아서,

눈앞에서 날아다니던 별똥별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는 볼 수 없을까봐 무서워서.

 

 

 

 

 

#

 

 

 

 

 

너는 어른같았지만 아이같았어.

뾰족한 귀에 늘 반짝이가루를 묻히고 다녔지.

넌 늘

이건 꿈이라고,

너의 꿈일 수도 있고,

나의 꿈일 수도 있다고 말했어.

 

털어주려하면,

어른들은 늘 그런다고,

나는 그래서 내 몸이 크는 게 싫다고.

그러면서 너가 웃으면,

그렇게 웃으면

‘꿈’이 더 반짝거렸어.

 

 

 

 

 

#

 

 

 

 

 

MOOON.

가운데 동그라미가 세 개.

가운데 보름달이 세 개.

이게 좀 더 달 같은 것 같다고,

이름이 참 예쁘다고 너에게 말했어.

넌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뾰족한 귀를 쫑긋거렸어.

 

나도 내 이름이 좋아.

난 빛나는 게 좋아!

 

‘꿈’이 후두둑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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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는 궁금해했어.

 

너는 왜 웃지를 않아?

너가 어른이라 그래?

 

나는 대답했지.

 

나는 그 빛나는‘꿈’이 없나보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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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는 내게 ‘꿈’을 주고 싶어했다.

넌 ‘꿈’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했다.

대체 그 ‘꿈’을 가질 자격이 뭔지

그 때는 알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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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처음으로 보는 너의 시무룩한 모습이

썩 음침했어.

 

네 머리위에 떠다니던 별똥별도,

네 몸에서 나던 웃음소리도 나지 않았어.

 

너가 빨간 눈물을 툭, 떨어뜨렸지.

그러고는 크게 웃었어.

 

나에게 화를 냈어.

역시 너도 어른이었구나?

 

그리고는 한동안 널 볼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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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문득 너를 생각나게 했어.

 

그래서

낮에는 일부러 창문을 크게 열어놓고,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별을 보려

부진 애쓰면서,

 

잘 먹지도 않던 눈깔사탕을 사서

오독오독 씹어먹으면서,

 

네가 왜 나에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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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늘 그랬어.

네 이름을 생각하려고 애썼어.

긴 손가락으로 쓰던 네 이름이.

.

.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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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간이 많이 흐르고,

창 밖을 볼 때 간간히 보이던 한 두개의 별마저 사라지고,

놀이터에 아이들의 읏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때쯤엔,

 

더 이상 너가 생각나지

않았다.

더 이상 너를 생각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너를 생각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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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팀장님, 여기 계약처 명단이랑 보고서요. 그리고 이건 결재만 해주시면 돼요.”

“아, 고마워요.”

“팀장님 그렇게 일하시면 진짜 죽어요. 쉬면서 하세요, 좀.”

“아녜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지. 사람이 아니라 무슨 기계야, 기계.”

“맞아, 하는 말도 맨날 똑같잖아.‘네, 고마워요, 거기다 둬요’. 그거 외엔 내가 들은 적이 없어.”

 

왜 감정이란 걸 느끼고 살아야 하는지,

이미 무뎌진 지 오랜데.

 

그렇게 살고있다.

어릴 땐 그렇지 않았는 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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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퇴근길에 카페에 들러 코코아 한 잔을 샀다.

그래도 쓴 것보단 단 게 낫겠지, 하는 생각에서.

음,

사실 쓴 건 싫어하기도 하고.

 

밤에 보니

커피나 코코아나 색은 똑같다.

검은 색.

달빛이 살짝씩 비출 때만 어렴풋이,

내가 들고 있는 게 커피는 아니구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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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은 보름달이 떴는데.

“보름달 하니 잠깐 생각나네, 어렸을 때 맨날 달을 틀리게 써서.”

분명 틀렸는데,

뭐가 맞았다고 그렇게 우겼는지.

 

띠리리-

 

“아, 여보세요?”

“아 팀장님 저에요. 일주일 내내 야근하셨으니까 내일 안 나오셔도 돼요. 주말인데 또 나오려고 하시지 말고요, 제발.”

“알겠어, 알겠어. 근데 금방 올려야하는 서류가 있..”

“됐어요, 됐어. 그거 제가 할게요.”

“고마워, 상혁아. 그럼 부탁 좀 할게.”

 

집에 와서는 별로 할 일도 없고,

딱히 다른 무언가를 할 기력도 없었고,

그렇다할 취미도 없었기에

늘 그냥 기계처럼 일 만 했다.

 

“내가 봐도 나 참 어둡게 산다.”

 

어쩌겠어,

하고싶은 게 없는데.

열심히 꿈만 꾸다 안되면

다 쓸모없지, 다 환상(幻想) 밖에 더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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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잠을 푹 자고 싶어도

습관이 배어버려서 늘 이 시간에 깬다.

 

꿈도 습관이 된 건지 맨날 똑같은 꿈.

 

주말이라고, 노는 날이라고 다를 것 없이 그냥 똑같이,

늘 하던 대로

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소리가 나면 초콜릿을 발라서,

무미건조하게 입에 욱여넣는.

 

“초콜릿 잼은 어린 애들이나 좋아하는 건데, 아직도 꼭꼭 쟁여놓는 게 웃기다.”

아직도 달달한 걸 좋아해서.

 

검고 어두운 삶을 사는 것 같은데,

또 똑같이 검고 어두운 걸로 해결하는 게 참 모순이지.

 

창을 열어 젖혔다.

역시나 아이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집을 얻을 때 일부러 이쪽 방향을 선택했다.

단지 안의 놀이터가 보이고,

앞쪽에 아무 건물이 없어서 별이 잘 보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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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늘 그렇듯이,

의미없는 하루가 시간에 끼여 지나가고,

달빛이 침대 위를 비치지만

내 공간에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낭만을 담을 여유가 없는 나는.

 

커텐을 치고,

안대를 끼고,

어둠에 상상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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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것 같으나

매일 조금의 변화는 있다.

 

더욱 바빠졌다든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물자국 가득한 거울에 푸석한 얼굴을 비추며 양치를 하고,

넥타이를 메고,

검은 구두를 낑겨신고,

 

띠링-

집을 나선다.

 

아, 아침은.

회사에서 먹지 뭐.

 

식탁을 슥 보면

며칠째 그대로 있는 초콜릿 잼이 보인다.

 

예전엔 한달에 한번씩은 사러 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좋네.

 

글세,

좋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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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런 걸 좋아해?

 

 

 

 

 

#

 

 

 

 

 

6.

요즘은 놀이터에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간간히 소리가 들렸었는데.

 

단지 앞에 생긴 휘황찬란한 카페 덕에

네온사인은 환히 비치지만

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달빛도 더 이상 침대 위에 쏟아지지 않았다.

 

아무렴 어떤가.

 

 

 

 

 

#

 

 

 

 

 

-오늘은 46년만에 슈퍼블러드문이 뜨는 날인데요, 밤 9시 06분에는 달과 함께 N-630 혜성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슈퍼블러드문? 달이 커봤자아냐?”

“에이, 그러지말고 같이 보러가자! 소원도 빌고!”

“소원 빌면, 달이 꿈이라도 이뤄준대?”

“사람이 저렇게 침침해가지고는. 어떻게 된 게 일말의 동심도 없어? 멍청해보였지만 달은 mooon이라 우기던 애기 차학연이 그립다. 나는 형이 좀 밝아졌음 좋겠어. 달보고 한강에서 치킨이나 먹자, 내가 쏜다.”

 

 

 

 

 

#

 

 

 

 

 

“오, 허니콤보네.”

“형 입맛 내가 모를까봐? 자, 여기 사이다. 형 맥주 못마시잖아, 29살이나 됐는데 입맛 참 애같네.”

“말은 제대로 해줄래, 홍빈아? 얼굴 잘 빨개져서 안 먹는거야, 못 먹는게 아니라.”

“와, 형 저거봐. 달 진짜 크다.”

 

뭐, 나쁘지 않은데,

기분이 이상하네.

뭐지?

뭐더라..

 

“형, 잘 보고있다가 혜성 떨어지면 소원빌ㅇ.. 내 말 듣고있냐? 형, 야, 차학연!”

“어? 아, 미안 잠깐 딴 생각좀 하느라고.”

“안 한다더니 뭐 얘기할까 생각 중이었냐?”

“아니, 뭔가 기분이 좀..”

“형 기분 이상한게 하루이틀이냐. 어? 어! 형 지금!”

 

피융-

 

“형, 소원 빌었어?”

“응, 근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어, 또 떨어졌다.

 

“어? 또 떨어졌잖아, 뭐야 하나라며? 어? 하나 더 떨어졌다. 봤어? 봐바, 바로 앞에, ”

“...? 형, 뭐야. 도깨비불 본 거 아냐? 앗, 우리형.. 일이 많이 힘들어? 형이 헛 것을 보기 시작했어. 오랫만에 동심으로 돌아갈까, 했더만. 가자, 차키가 어딨지?”

 

꿈인가.

꿈?

 

“아니, 형 근데 왜 귀에 반짝이를 묻히고 다녀. 아까 못봤는데 어디서 묻은거야. 아까부터 이상해.”

“홍빈아, 잠깐만 세워봐. 너 먼저 가, 오늘 고마웠어, 치킨이랑, 달, 보게해줘서.“

“엥? 야, 차학연! 야!”

 

쾅-

 

“너..”

 

 

 

 

 

#

 

 

 

 

 

다시 본 너는,

울고 있었다.

 

뾰족한 귀에는

‘꿈’이 없었다.

웃음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본 너는,

조금은,

커져 있었다.

 

 

 

 

 

#

 

 

 

 

 

잔뜩 젖은 눈으로 날 보면서,

이름을 기억하냐 물었다.

 

M, 그리고 가운데 보름달이 세 개, 그리고 N.

 

혹시 이게 너의 이름이었어?

 

 

 

 

 

#

 

 

 

 

 

다시

너의 뾰족한 그 귀에서

‘꿈’이 떨어졌다.

내가 본 너 중에,

제일 반짝이는 너였다.

 

 

 

 

 

#

 

 

 

 

 

눈앞에 별똥별이 떨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는 말했다.

나를 많이 기다렸다고.

너의 소원을 들었다고.

 

 

 

 

 

#

 

 

 

 

 

처음으로 너가 하는 너의 얘기를 들었다.

너가 사는 곳은,

별도 많고, 구름도 많고, 꽃도 많고,

웃음소리도 많고, 달콤한 냄새도 많다고 했다.

 

별똥별이랑 밤하늘에서 수영을 할 수도,

나처럼 웃음소리를 들고 다닐 수도 있고,

가끔은 나무와 풀잎을 연주한다고 했다.

 

 

 

 

 

#

 

 

 

 

 

나는 궁금했다.

그런데 왜?

 

너는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게 너무 슬프다고.

 

 

 

 

 

#

 

 

 

 

 

나는 궁금했다.

너는 왜 나를 떠났어?

 

너는 말했다.

네가 크는게 싫었어.

네가 내 이름을 다르게 적는 게 싫었어.

네가 어른이 되는 걸

증오했어.

 

 

 

 

 

#

 

 

 

 

 

너는,

너는 뭐야?

 

 

 

 

 

#

 

 

 

 

 

하늘에 뜬 커다란 달을 봤다.

아직 간지러웠다.

 

아직 간지러웠고,

부끄러웠다.

 

 

 

 

 

#

 

 

 

 

 

M, 그리고 보름달이 세 개, 그리고 N.

오늘 따라 크고 반짝이는 너에게,

말했다.

 

나도,

‘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나도,

별똥별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필요하고,

눈깔 사탕이 필요하다고.

 

정말 오랫만에,

소리내어 웃었다.

 

너도,

따라 웃었다.

 

 

 

 

 

#

 

 

 

 

 

집에 들어 왔을 때

여기저기 흩뿌려진 반짝이가 좋다.

 

너가 왔다갔구나,

느낄 수 있어서.

 

너는 내 환상(焕想)이었다.

 

너는 참, 빛나는구나.

이름처럼,

보름달이 세 개.

 

환하게,

더, 환(焕)하게.

 

 

 

 

 

#

 

 

 

 

 

피융-

 

‘환하게 살고 싶어요.’

 

 

 

 

MOOON(焕)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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